‘休 _ 편안한 경지로 들어서다.’
‘休 _ 편안한 경지로 들어서다.’展에서는 도예가 토허土虛 채종학의 작품세계를 통해
한국의 茶 문화와 도자예술의 변화 발전과정을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인류가 차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함께 발전한 도예기술은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며
세계를 놀라게 할 만큼 독창적인 작품들을 창조해내었다. 특히 고려 11세기 말엽부터는 중국식의 청자 유색 ‘비색秘色’을
고려에서는 ‘비색翡色’이라고 할 만큼 유색에 대한 관심과 자신을 가졌다. 이후 상감청자의 기법 개발은 고려인 스스로가
착안한 독창적인 문양기법으로 고려청자를 세계적인 문화재로 만들었다. 그러나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국가의 재정이 빈곤해지고
뛰어난 도공들이 일본으로 납치되는 등 수난을 겪으며, 우리의 도공들은 색을 절제하고 소박하며 큼직한 순백의 자기를 탄생시키며
분청사기와 백자 등이 주류를 이루게 된다. 이후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는 동안 크게 발달하지 못한 한국의 도자공예는
1960년대를 시발점으로 급속히 진전되어 다시 전통적인 도자기 기법이 복원되었으며, 전통과 현대를 잇는 새로운 도자기 문화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 중심에 土虛 채종학의 母親이 운영했던 ‘國原陶窯’(대표 金順德)가 있다. 현재 ‘國原藝家’로 명칭을 바꾼 ‘국원도요’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서울 소공동과 인사동에 ‘方美社’라는 도자 전문 상품점을 운영하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였다.
근․현대 서예의 대가인 여초如初 김응현을 비롯한 서양화가 김서봉, 선남관, 오승우 작가와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도예작품으로
일본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한국의 현대 도자예술을 해외로 전파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였다. ‘方美社’는 급변하는 도예 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당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즐겨 찾는 사랑방 같은 곳이기도 했다.
1989년 충주에 ‘국원도요’를 개원하면서는 전국을 돌며 도자기에 사용되는 좋은 흙을 수집하고 새로운 유약 연구에 매진하였고,
현재는 土虛 채종학의 작품의 주류를 이루는 다도구, 사발 등에서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열정적인 母親의 영향이었을까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던 작가는 뜨거운 장작가마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오랜 기다림 끝에
가마에서 소성되어 나오는 유약釉藥의 아름다움에 심취하여 도예가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10대부터 母親의 도요에서 작업을 돕던 ‘土虛’ 작가는 ‘國原陶窯’에서 활동하던 여러 작가들에게서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갖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작업의 모태는 역시 母親인 金順德에 있다.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정신을 보여주었던 그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도자기에서 보여주는 고유의 아름다운 선과 형태를 배제하지 않으며, 현대에 발전한 태토와 유약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현재 그의 작업실에는 아직까지 명칭을 정하지 못할 만큼 특이한 그만의 유약들이 존재한다.
전통을 고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재의 재료들로 끊임없이 실험한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독창적인 색상은 불로 소성되는 동안 유리화 되며 새로운 문양을 만들고 혼합되어 자신만의 표현기법을 창조해 낸다.
다도구, 달항아리, 사발, 계영배 등 다양한 전통 도자기의 형태에 전통가마 소성으로 인해 재창조되는 그만의 현대적 감각은
보는 이를 경이롭게 만든다.
30여 년간 그의 땀과 노력으로 이루어낸 이 작품들은 따뜻하고 담백한 茶 한잔을 담아내듯 우리를 편안한 쉼의 경지로 들어서게 하는 것 같다. 土虛 채종학의 도예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해준 한옥 지붕을 모티브로 한 백승호 작가의 ‘Dimension Complex’작품은
전통한옥 지붕의 선과 빛을 통해 생성되는 그림자가 ‘Shadow Drawing’이라는 또 다른 작품으로 탄생된다.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작품을 제작하고 설치해준 백승호 작가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동양의 선과 색으로 만난 두 작가의 작품이 어우러져 우리를 ‘休’의 공간으로 인도한다.
진천종박물관 학예연구사 원보현 |